사랑하는 장로님을 보내드리며
딤후4: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어제 저녁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니 있으니 눈물만 쏟아져 내릴 뿐이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제 주일에 특별가족창을 그렇게 은혜스럽게 부르셨는데...
“내 마음에 주를 향한 사랑이...”를 가쁜 호흡에도 박자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셨는데...
예배 후에는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임원회의를 잘 주관 하셨는데...
화요일에는 동서 목사님과 함께 저녁식사 약속까지 잡아놓고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잠드신듯 누워계신 모습을 지켜보니 놀랍기도하고 참 야속하게 느껴지기만한 평온한 모습입니다. 마치 당신의 삶이 이제 아낌없이 전제로 부어졌다고 선언하시는 것같습니다.
2018년에 몇차례 병원에 응급으로 들어 가셨을 때마다 철렁하는 마음으로 찾아 뵙지만 그때마다 웃으시며 빨리 퇴원해서 교회에 가고싶다고 어린아이 투정 부리듯하신 우리 장로님...
어제도 그 비를 맞으시며 우산도 안쓰시고 교회로 들어 서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하셨습니까?
바울은 자신의 삶을 전제와 같이 부음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전제(drink offering) 는 민수기15:1-10에 나오는 구약의 제사법으로 제물 위에 마지막으로 포도주나 감람유 등을 부어 드리는 제사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전제 제사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장로님도 그 힘든 상황에 무거운 패이스메이커를 차고 답답해 하면서도 교회 안팍의 일을 묵묵히 진두지휘하셨습니다. 교회 에어컨 공사, 조명공사, 단상공사 그리고 카펫공사에 이르기까지 장로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한달에 두번 둥지모임을 일일이 챙기고 준비하고 가르치고 나누셔서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장로님... 당신의 눈물과 땀과 피,그리고 삶을 송두리채 전제로 부으셨습니다.
사랑하는 전영광 장로님을 보내 드리며 천상병시인의 “귀천”이란 시를 올려드립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